어쩌다 기록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말하는 인생

숫양 2022. 10. 28. 15:29

시집 몇 권 가지고 있다. 윤동주, 백석, 김수영, 김소월 그리고 마리아 라이너 릴케. 모두 소장용이다. 나는 윤동주와 백석을 좋아하고, 윤동주와 백석은 릴케를 좋아했다. 전자의 시는 언제 읽어도 울림을 주는 반면, 릴케의 시는 소 귀에 경 읽듯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를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읽고 나서 다시 릴케의 시를 읽었는데도, 여전히 나는 소였다. 

다행스럽게도 공감하는 시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인생을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시를 좋아한다. 아마도 릴케는 어느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고서 인생을 성찰했을 것이다. 어린 아이는 하루를 충실하게 산다. 내 아동을 보니 그런 듯하다. 날마다 축제인 것처럼 산다. 삶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가 또 지나갔다. 고민이 많아서 머리가 복잡했던 하루였다. 고민한다고 머리를 싸맨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축제는 아니더라도 시간을 때우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생을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인생을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인생은 축제일과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나가라.
길을 걷는 어린 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온 몸에 꽃잎을 받아들이듯,

어린 아이는 꽃잎을 주워서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머리카락에 머문 꽃이파리를
가볍게 털어 버린다.
그러나 이미 앳된 나이의
새로운 꽃잎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송영택 역, 『세계명시선집, 릴케』(서문당) 


Du musst das Leben nicht verstehen

Du musst das Leben nicht verstehen,
dann wird es werden wie ein Fest.
Und lass dir jeden Tag geschehen
so wie ein Kind im Weitergehen 
von jedem Wehen
sich viele Blüten schenken lässt.

Sie aufzusammeln und zu sparen,
das kommt dem Kind nicht in den Sinn.
Es löst sie leise aus den Haaren,
drin sie so gern gefangen waren,
und hält den lieben jungen Jahren
nach neuen seine Hände 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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