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나라 여행 20

베트남 자유여행 #9

사이공, 호찌민, 프랑스 호찌민 여행 넷째 날, 오늘도 숙소를 나와 따오단 공원으로 향했다. 꽃과 나무와 사람을 보러, 라기보다 그곳이 그나마 쾌적하고 그늘이 드리워서 더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특별한 계획이 없다. 노트르담 대성당과 사이공 중앙 우체국, 전날 들렀던 응우옌 후에 거리를 다시 가기로 했다. 따오단 공원에서 노트르담 대성당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통일궁을 지나니 또 다른 공원이 반겨주었다. 4/30 공원. 반듯한 직사각형 형태로 공원 내부를 큰 대로가 가로지르는 구조다. 따오단 공원과 달리 인적이 드물어 고요했다. 4/30은 베트남 전쟁 당시 사이공이 함락된 날, 즉 남베트남 해방기념일이다. 사이공이라는 도시가 호찌민으로 바뀌게 된 날이기도 하다. 공원 끝자락, 노트르담 대성당이..

다른나라 여행 2022.11.21

베트남 자유여행 #8

호찌민 봄꽃 축제 호찌민에서 셋째 날, 숙소 레스토랑에서 며칠째 반복되는 노랫소리가 아무래도 뗏과 무관하지 않은 듯했다. 숙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설날을 축하하는 노래라고 했다. 구글 번역기에 노래 제목을 검색해 보니 '내 마을의 설날'이란다. 멜로디가 느릿느릿하고 가사가 반복되어 노랫말이 귀에 쏙쏙 꽂혔다. 베트남 최대 명절인 '뗏'으로 많은 상점이 문을 닫았고, 뗏이 아닌 기간에 비해 도시가 한산하다고 했지만 한산하지 않았다.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은 사람이 많았다. 오전에 돼지의 해 봄꽃 축제가 한창인 따오단 공원을 먼저 들렀다. 살구꽃과 복숭아꽃 등으로 화려하게 꾸민 공원 입구는 아침나절부터 축제를 즐기러 나온 현지인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설날에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때가 언제였..

다른나라 여행 2022.11.14

베트남 자유여행 #7

전쟁유물박물관 호찌민 여행 둘째 날, 숙소를 나서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베트남 전쟁유물박물관(war remnants museum)이었다. 이곳은 현대 베트남 전쟁에 관한 기록물과 유물을 전시하는 곳이다. 처음 설립 당시부터 베트남의 오랜 역사에서 벌어진 주요 전쟁 관련 유물을 전시할 의도가 없었다. 1975년, 미국 정보부가 있던 위치에 '미국과 괴뢰 정부 범죄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됐다. 공식적으로는 '미중 전쟁 범죄 박물관이었고, 1990년에 미국을 빼고 '전쟁 침략 박물관'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미국과 수교 후 1995년, 전쟁유물박물관으로 고쳤다. 야외에 미국 전투기, 탱크, 미사일 등 각종 무기가 전시되어 있었다. 야외 한편에 당시 수용소였던 '타이거 케이지'와 수용자의 구금 실태..

다른나라 여행 2022.11.11

베트남 자유여행 #6

호찌민시 미술관 냐짱 깜라인 국제공항에서 1시간 만에 호찌민 떤선녓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떤선녓 혹은 탄손누트라고 불리는 이 공항의 규모는 베트남 최대 규모 도시에 걸맞은 듯 보였지만 평일 낮임을 감안하더라도 공항 내부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은 베트남 설 명절인 뗏(Tết)이 시작된 날이었다. 설이나 추석에 더욱 붐비는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공항과는 달랐다.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버스가 보이지 않았다. 버스를 기다리는 행렬도 없어서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내소 직원에게 공항버스 타는 곳을 물었더니, 뗏 기간에 버스는 운행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버스나 철도는 연휴가 대목인데,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숙소는 1군 벤탄 시장에서 도보 5..

다른나라 여행 2022.11.09

베트남 자유여행 #5

빈펄랜드 냐짱 빈펄랜드 매표소는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평일에도 개장 시간 전부터 대기줄이 길게 늘어선다고 숙소 직원이 전날 알려줬다. 아침 일찍 매표소로 향했지만 이미 인파가 북적였고, 바다 건너 놀이공원으로 향하는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행렬은 러시아워를 방불케 했다. 인파의 행렬 중 다수가 중국인이어서 모종의 소외감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아니 눈에 보이는 신경전이 계속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케이블카에 함께 탄 사람은 모두 한국인이었고 3대 가족이었다. 케이블카 안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바다를 구경하는 손자를 할머니가 막아섰고, 부부는 이따금 자녀에게 얌전히 앉아 있으라고 타일렀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아동과 나는 애꿎은 바다 구경만 했고 이따금 눈만 마주쳤을 뿐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

다른나라 여행 2022.11.02

베트남 자유여행 #4

참파 왕국의 흔적, 냐짱 포나가르 다낭에서 비행기를 타고 냐짱 깜라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국제공항이지만 국내 여느 지방 공항처럼 규모가 작은 편이었고, 공항 청사 밖으로 나서자 주변이 휑뎅그렁했다.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는 택시 안에서 바라본 바다는 다낭의 그것에 비해 더 광활하고 시원하게 보였는데 새로운 곳을 보는 기분 탓이었을 것이다. 나트랑 센터에 들러 간단히 점심을 먹고 방문한 곳은 포나가르 사원이었다. 시내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다 보니 바다로 이어지는 너른 카이강이 눈 앞에 펼쳐졌다. 강을 가로지르는 낮고 좁은 다리의 이름은 쩐푸 다리. 강물과 바닷물의 경계 어느 지점엔가 낛싯배 여러 척이 떠다녔다.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고 포나가르 사원으로 들어섰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지어진 사원은, 뒤로는 ..

다른나라 여행 2022.10.30

베트남 자유여행 #3

오전, 호이안 다낭이 휴양지 이미지를 굳힌 반면, 호이안은 쇠락한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한때 거대 무역항이었던 호이안의 투본강을 동서양의 많은 상인들이 드나들었을 것이다. 아마 고려 시대 예성강 벽란도처럼. 쇠락한 도시의 고요한 투본강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기분이 매우 쇄락했다. 배낭 하나 덜렁 메고 온 여행에는 다낭보다 호이안이 제격인 듯했다. 쇠락한 도시지만 배낭 여행자와 단체 관광객이 물밀듯 몰려들어 활기가 넘친다. 옛 상인이 거주했던 올드 타운 덕분이다.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처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오후, 호이안 삼일을 보내면서 아동과 나는 오전 나절 올드타운에 갔다가 해가 지고 숙소로 돌아오는 일정을 반복했다. 좋은 건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지겨우면 하..

다른나라 여행 2022.10.26

베트남 자유여행 #2

아동 복지, 바나힐 선월드 참 박물관을 다녀온 다음날 바나힐에 가기로 했다. 베트남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던 후에 지역을 어린 아동과 함께 가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숙소 직원을 통해 바나힐 일일 투어를 미리 예약해두었다. '높은 산에 간다'는 말에 실망한 아동은 '케이블카를 타고'라는 부연 설명에 반색을 했다. 이른 아침 승합차를 타고 바나힐로 향했다. 현지인 가이드는 상냥한 표정과 친절한 목소리로 알아듣기 어려운 영어를 쏟아냈다. 우리 뒷자리에 앉아있던 젊은 미국인 부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가이드의 풍부한 손동작을 보면서 위안을 얻었다. 바나힐로 향하는 케이블카 안에서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한때 세계에서 길이가 최장이었다던 케이블카답게 탑승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지루함..

다른나라 여행 2022.10.22

베트남 자유여행 #1

무단 횡단?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2시간 30분을 날아 다낭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대만은 다른 아시아 국가 어디로든 이동하기에 편리한 곳인 듯하다. 그랩 택시를 타고 미케 해변 인근 숙소로 곧장 이동했다.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었고, 날씨 예보는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고 했다. 저녁에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한참 동안 비가 내렸다. 1월이 우기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저녁을 먹으러 넓은 대로로 나섰다. 큰 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먹거리를 파는 이들이 가끔 말을 건네 왔다. 도로 맞은편에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 가게가 눈에 띄었다. 가까운 거리에 횡단보도는 없었고, 사람들이 오토바이와 차가 달리는 도로를 드문드문 건넜다. 앞만 보고 길을 건너면 오토바이든 차든 알아서 피할 거라는 정보를 얻었지만 이론과 실전의 ..

다른나라 여행 2022.10.18

대만 자유여행 #11

시간 여행 영화 “말 할 수 없는 비밀” 촬영 이후 더 유명해진 곳,단수이를 방문했다. 대만을 여행하면서 가장 맑은 날이었다. 평일 대낮인데도 단수이행 지하철이 붐비는 걸 보니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단수이역 출구 앞 광장은 저마다 한껏 꾸민 여행자로 가득하다.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인 홍마오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가장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버스를 탄다면 틀림없이 홍마오청을 지나갈 테다. 언덕 어디선가 버스에서 내렸다. 산꼭대기에 홍마오청을 지었다고 들었지만 지대가 다소 높은 언덕 같았다. 입구를 들어서니 주황색 벽면이 눈에 들어왔다. 홍마오청이다. 높은 깃대 위 청천백일기도 보였다. 약 400년 전 이곳을 차례로 점령했던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국가의 건축 양식으로 만든 홍마오청에서는..

다른나라 여행 2022.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