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나라 여행 20

대만 자유여행 #10

대만 속 중국, 국립고궁박물원 아침 일찍 숙소에서 밀린 빨래를 했다. 여행하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빨래다. 혼자 하는 여행이라면 더러 지저분하고 때로 냄새가 나더라도 낯짝 두껍게 하고 쏘다니겠지만, 함께 다니는 아동은 냄새에 민감하기도 하고 청결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매일 빨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탁기를 구비한 숙소를 선택한 이유다. 아침에 세탁하고 건조기로 바싹 말린 옷을 입고 숙소를 나섰다. 목적지는 국립고궁박물원. 숙소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고궁박물원이 종점이어서 느긋하게 타이베이 도심 풍경을 감상했다. 박물원 입장권을 사기 위해 먼저 순이 대만원주민박물관에 들렀다. 이곳에서 박물관 두 곳을 관람할 수 있는 통합입장권을 판매하고 있었다. 원주민박물관은 한 사업가가 후원해서 ..

다른나라 여행 2022.10.05

대만 자유여행 #9

쑨원과 국부기념관 중화민국 국부인 쑨원을 기리는 곳. 국부기념관을 방문했다. 국부기념관은 중정기념당에 비해 규모가 작고, 전시 기록물도 빈약하다. 쑨원과는 관계없는 듯한 일반 갤러리가 기념관 내 적지 않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사정과는 달리 쑨원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이다. 쑨원은 민족, 민권, 민생의 삼민주의를 주창하고, 신해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국부기념관 한편에는 100달러 지폐 벽화가 크게 그려져 있는데, 지폐 속 인물이 바로 쑨원이다. 쑨원과 장제스는 정치적 동지를 넘어 가족 관계이기도 했다. 쑨원의 부인인 쑹칭링과 장제스의 부인 쑹메이링(동생)이 친자매다. 쑹칭링은 공산당 요직을 거쳐 중화인민공화국의 명예 주석에 올랐고, 쑹메이링은 장제스와 함께 대만으로 건너왔다. 쑨원 부부의 운..

다른나라 여행 2022.10.02

대만 자유여행 #8

장제스와 중정기념당 타이베이에 온 첫날, 중정기념당에 방문하기로 했다. 중정은 중화민국 초대 총통인 장제스의 본명이다. 동아시아사를 공부하면서 '국공내전에서 장제스가 승리했다면'하는 상상을 했다. 중국도 중국이지만 우리나라 현대사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중화민국 역사 기록물을 직접 보고 싶었다. 중정기념당역에서 내려 곧장 직진하니, 황금색 지붕을 붉은 기둥이 떠받치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공연장으로 사용되는 국가희극원이다. 희극원을 지나 큰 광장을 마주했다. 광장 너머에 희극원과 비슷한 외형을 갖춘 건물이 보였다. 국가음악청이다. 왼편에는 아치형으로 된 중국식 문이 서있다. 다섯 개 문이 이어진 정문이다. 가운데 지붕 아래는 '자유광장'이라는 문구가 쓰였다. 정문 앞에서 ..

다른나라 여행 2022.09.30

대만 자유여행 #7

타이중 문화창의산업원구 타이베이로 떠나는 날 아침. 숙소 앞 문화창의산업원구를 방문했다. 이곳은 글자 그대로 문화 시설이지만 특별한 사연을 가졌다. 원래 양조장이던 건물을 허물지 않고, 예술 관련 체험, 전시관 등으로 리모델링했다. 양조장은 1916년에 건축했다고 하니, 백 년이 훌쩍 지났다. 새로 지은 건물과 낡은 건물이 조화롭다. 식민지 기간 세운 공장 등 건물을 현재까지 보존하면서 활용한다고 한다. 도시 재생과 생태도시 건설에 투자한다는 말이 헛구호가 아님을, 도시를 다니면서 확인하게 된다. 아동이 흥미를 가질 만한 AR과 VR 시설부터 스탬프 투어까지 무료로 체험할 수 있었다. 정작 내 눈길을 끈 건 주차장이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주차장을 분리했다. 오토바이 대수가 많아서 분리가 필요했겠지만, 공..

다른나라 여행 2022.09.28

대만 자유여행 #6

포르모사 공화국 포르모사(formosa). 지난 며칠 대만을 여행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뇌리에 꽂힌 글자다. 한자가 아니라 영어 표기다. 가오슝 지하철역에서 타이중 어느 학교에서 국립자연과학박물관에서 보았다. 특정 지명이 아니란 이야기다. 이제 조금 궁금해져서 검색을 했다. 라틴어와 포르투갈어 등에서 쓰는 단어로 아름답다는 의미다. 무엇이 아름다울까? 더 검색했다. 서양인이 부른 이름이다. 16세기에 대만을 발견한 포르투갈 선원이 섬이 아름답고 말한 데에서 유래됐다. 17세기 네덜란드가 대만을 식민 지배하던 때에 포르모사로 불리기도 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19세기에 대만이 포르모사 공화국이라는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포르모사 공화국은 당시 일제에 의해서 단 5개월 만에 사라졌다. 청..

다른나라 여행 2022.09.23

대만 자유여행 #5

가오슝에서 타이중까지 가오슝 다음 행선지인 타이중으로 이동하려고 쭤잉역으로 향했다. 타오위안공항에 도착한 후 그새 일주일이 지났다. 시간은 만국 공통이다. 어디에 있든 빠르게 흐른다. 시간이 아까워 고속열차를 타기로 했다. 해가 바뀌었음을 알리는 ‘공하신희’ 현수막이 쭤잉역사에 내걸렸다. 근하신년과 유사한 뜻이다. 수십 년 동안 꾸역꾸역 한자를 공부한 시간이 아깝지 않음을 대만에 와서 느끼게 될 줄이야. 뭐든 배워두면 써먹을 데가 있다고 했다. 한 시간을 달려 타이중역에 도착했다. 타이중 기차역, 까르푸, 타이중 문화창의산업단지에 인접한 곳에 숙소를 잡았다. 다음 목적지인 타이베이까지 타이중 기차역에서 일반열차를 이용할 계획이었다. 이번엔 시간보다 돈이 아까웠다. 타이중 국립자연과학박물관 아동과 함께 여..

다른나라 여행 2022.09.21

대만 자유여행 #4

리우허 야시장 해가 떨어져서 저녁을 먹을 곳을 찾다가 야시장을 가기로 했다. 어릴 때 야시장 구경을 간 기억이 난다. 구경거리와 먹거리가 넘쳤다. 백미는 서커스 공연단이었다. 야시장이 아니면 거의 볼 수 없는 공연. 앞자리에 쪼그리고 앉아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공연을 관람했겠지. 지금은 찾기 힘든 야시장과 서커스 공연단.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숙소 근처 리우허 야시장을 찾았다. 도로 양쪽으로 늘어선 상점 앞에 이동식 가게와 테이블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간식거리와 식사류가 즐비하고, 거리가 붐볐다. 굴, 새우, 생선 등 해산물부터 볶음밥, 취두부, 큐브 스테이크 같은 먹거리에 시선이 꽂힌다. 취두부 냄새는 청국장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감당이 되지 않는다. 두부를 이용해서 만든 음식 가운데 유일..

다른나라 여행 2022.09.15

대만 자유여행 #3

아이허에서 아동과 러브 보트를 제법 값이 나가는 러브 보트를 타게 됐다. 아이가 타고 싶다고 해서. 안 타면 또 무엇을 할 텐가. 30분 동안 강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관람했다. 대만 국기가 뒤덮인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국제대회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국기가 밝은 조명 아래 빛난다. 보트에서는 가이드가 쉬지 않고 말을 한다. 아이허 유래, 가오슝 역사와 같은 정보를 알려주고 있겠거니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러브 보트는 역시 성별이 다른 두 사람이 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산꼭대기에 동물원이, 가오슝 서우산 동물원 가오슝 거리는 깨끗하다. 오래된 건물과 대조를 이룬다. 새로 지은 건물도 더러 오래되어 보인다. 한자로 된 간판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듯하다. 흘림체로 쓴 시뻘건 한자. 어디선가 많이..

다른나라 여행 2022.09.08

대만 자유여행 #2

가오슝에서 첫 아침 식사 가오슝에서 맞이한 첫날은 동네 한 바퀴를 걷기로 했다. 나는 산책을 좋아하고, 아동은 제때 음식이 공급되면 잘 걷는다. 마침 언제 그랬냐는 듯 날씨가 개었다. 숙소 조식을 신청하지 않았다. 현지 식당에 들러 간단하게 아침을 먹기로 했다. 빵과 커피, 콩국물(아마도 또우장인 듯하다)을 주문했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이었다. 몇몇 사람이 먹는 걸 보고 따라 했다. 커피는 믹스커피 수십 개를 넣은 듯 달았고, 콩국물은 베지밀과 같은 두유가 아니었다. 아동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었다. "이것도 다 경험이다"라고 아동을 달랬다.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가면 그 나라 사람들이 먹는 현지식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은 나도 맥도널드에 가고 싶었다. 아침엔 맥모닝이다. 우리가 빵 하나로 힘..

다른나라 여행 2022.09.02

대만 자유여행 #1

대만 남단의 시골 마을, 헝춘 대만 가오슝에서 직행 버스를 타고 남쪽 방면으로 2시간 남짓 이동하여 도착한 곳은 헝춘이란 지역이다. 도시라고 부르기가 무색한, 이곳은 바닷가에 인접한 시골이다. 헝춘 올드 타운이라는 소개글을 어디선가 보았는데, 오랜 역사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아담한 크기의 성문을 시내에서 볼 수 있다. 이곳 1월 날씨는 생경하다. 낮에는 뙤약볕이 내리쬐다가도 해가 질 무렵부터 기온이 뚝 떨어진다. 아침마다 숙소를 나설 때 어떤 옷차림으로 나서야 하는지가 늘 스트레스였다. 출국 전 미리 기후 정보를 알아보고 갔지만, 정보는 정보일 뿐. 타이베이나 가오슝에 비하면 전혀 아는 바 없던 헝춘에 가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째, 아동이 좋아할 국립 해양생물박물관이 헝춘에 있다. 둘째, 대만에..

다른나라 여행 202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