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나라 여행

대만 자유여행 #4

숫양 2022. 9. 15. 18:00

리우허 야시장

리우허 야시장

해가 떨어져서 저녁을 먹을 곳을 찾다가 야시장을 가기로 했다. 어릴 때 야시장 구경을 간 기억이 난다. 구경거리와 먹거리가 넘쳤다. 백미는 서커스 공연단이었다. 야시장이 아니면 거의 볼 수 없는 공연. 앞자리에 쪼그리고 앉아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공연을 관람했겠지. 지금은 찾기 힘든 야시장과 서커스 공연단.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숙소 근처 리우허 야시장을 찾았다. 도로 양쪽으로 늘어선 상점 앞에 이동식 가게와 테이블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간식거리와 식사류가 즐비하고, 거리가 붐볐다. 굴, 새우, 생선 등 해산물부터 볶음밥, 취두부, 큐브 스테이크 같은 먹거리에 시선이 꽂힌다. 취두부 냄새는 청국장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감당이 되지 않는다. 두부를 이용해서 만든 음식 가운데 유일하게 내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일 것이다. 대만 토박이였다면 취두부를 청국장처럼 먹었겠지만. 어릴수록 주변 환경에 더 빠르게, 잘 적응한다는 말이 일리 있다.

리우허 야시장

취두부 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한 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가게 간판에 철판볶음밥이라는 한자가 쓰여있다. 현지인 몇 사람이 줄을 섰다. 아동과 내가 좋아하는 볶음밥. 우리도 줄을 섰다. 밥을 볶는 사내 표정이 비장하다. 벌건 낯빛에 빨간색 셔츠, 흰 두건, 길게 기른 흰 수염, 꾹 다문 입술에서 신뢰를 느낀다. 크고 얇은 쇠 주걱으로 쉴 새 없이 밥을 볶는다. 한 자리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밥을 볶았을까. 가게 앞 테이블에 앉아서 밥 한 그릇을 싹 비웠다. 숙소로 돌아오기 전에 간식거리를 좀 샀다.


연지담과 용호탑

연지담 용호탑

타이중으로 이동하기 전, 마지막 여행지인 연지담으로 향했다. 가오슝 쭤잉 역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버스기사는 체구가 작고 마른 여성이다. 버스가 지날 수 있을까 싶은 작은 골목에서도 능숙하게 큰 핸들을 돌릴 때, 여유가 넘쳤다. 나는 버스를 탈 때 짧게라도 운전기사를 관찰한다. 버스기사의 표정, 눈빛, 말투 등을 미리 살핀다. 빈 좌석이 있어도 일부러 운전석 뒷자리에 서있기도 한다. 아버지가 버스 운전을 오래 했고, 아버지가 운전하는 버스를 자주 타면서 생긴 습관이다. 운전이 부드러워서 편안하게 차창 밖 풍경을 구경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연꽃으로 뒤덮인 너른 호수가 반긴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아서일까. 분홍 연꽃이 촘촘하고 빽빽하다. 이곳은 용호탑이 명물이다. 7층 탑 두 개가 나란히 섰고, 각 탑 입구에 입을 크게 벌린 용과 호랑이 조형물이 있다. 그 입이 탑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용 입으로 들어가서 호랑이 입으로 나오는 사람에게 행운이 찾아온다고 한다. 행운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득 안고 용 입으로 들어갔다. 계단이 다소 가파르지만 아동과 함께 탑 꼭대기까지 올랐다. 노인 여럿이 꼭대기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담소를 즐기고 있었다. 7층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건강이 노인에게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걸을 수 있을 때 많이 걷고, 많이 걸어서 오랫동안 내 두 다리로 잘 걷는 것이 행운이다. 그들이 우리를 보고 웃음을 보이며 인사했다.    

<2019년 자유여행 中>

다시 간다면: 연지담에 가서 호랑이 입으로 들어서 용 입으로 나올...

#대만 #대만여행 #가오슝 #연지담 #리우허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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