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나라 여행

베트남 자유여행 #8

숫양 2022. 11. 14. 18:49

호찌민 봄꽃 축제

호찌민에서 셋째 날, 숙소 레스토랑에서 며칠째 반복되는 노랫소리가 아무래도 뗏과 무관하지 않은 듯했다. 숙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설날을 축하하는 노래라고 했다. 구글 번역기에 노래 제목을 검색해 보니 '내 마을의 설날'이란다. 멜로디가 느릿느릿하고 가사가 반복되어 노랫말이 귀에 쏙쏙 꽂혔다.

베트남 최대 명절인 '뗏'으로 많은 상점이 문을 닫았고, 뗏이 아닌 기간에 비해 도시가 한산하다고 했지만 한산하지 않았다.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은 사람이 많았다. 오전에 돼지의 해 봄꽃 축제가 한창인 따오단 공원을 먼저 들렀다. 살구꽃과 복숭아꽃 등으로 화려하게 꾸민 공원 입구는 아침나절부터 축제를 즐기러 나온 현지인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설날에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했다. 이방인 신세지만 아동과 함께 꽃밭을 배경으로 사진 여러 장 남겼다. 봄꽃 축제가 벌어지는 곳 반대편 공원은 대체로 한산했다. 대만이나 중국처럼 에어로빅이나 무술을 하는 사람들, 공원을 빼곡하게 채운 곧게 뻗은 나무들, 벤치 그리고 무더위. 설날은 춥고 까치가 울어야 한다는 아동의 고정관념이 깨졌다. 나무마다 하얗게 칠한 숫자를 보며 아동은 숫자를 다 더해보겠다는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 여행은 즐겁다는 나의 고정관념이 녹아내렸다.


호찌민시 박물관

호찌민시 박물관

숙소 직원이 추천한 응우옌 후에 거리로 걸어서 이동했다. 가는 길에 호찌민시 박물관을 들렀다. 하루에 한 번은 더위를 피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무더위를 피하려고 간 호찌민시 박물관에서 만난 건 더위였다. 그래도 무더위보다 더위가 한결 낫다. 이곳 호찌민엔 유난히 프랑스식 건축물이 많이 보였는데, 동양의 파리로 부를 만했다. 대체로 호찌민시 박물관처럼 국가나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시설인 경우가 다수인 듯했다. 이 박물관은 통일궁처럼 과거 프랑스 총독의 관저였다. 이곳에도 베트남 전쟁과 관련된 전시물이 야외와 실내 곳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만, 다른 전쟁 박물관과는 다르게 베트남 화폐 역사와 호찌민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는 전시물을 볼 수 있었고, 베트남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호찌민의 유품을 전시 중이었다. 관람 중 가장 눈에 띈 건, 전통 의상을 입고 웨딩사진 촬영을 하는 커플이 적지 않았다는 것. 

 


응우옌 후에 거리

응우옌 후에 거리 봄꽃 축제

베트남에는 '응우옌'이 길거리에 널렸다. 숙소에서 응우옌 후에 거리까지 오는 동안 여러 응우옌 거리를 보았다. 응우옌 성씨를 가진 사람도 많아서 국민의 40%가량이 응우옌이란다. 우리나라 김이박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응우옌은 프랑스 식민 지배 전 마지막 왕조 이름이기도 하다.

뗏을 즐기는 현지인이 응우옌 후에 거리를 가득 메웠다. 명절이어서 고향에 돌아간 사람이 많다더니, 거리 인파가 만파였다. 물론 인파의 40%는 물어보나 마나 응우옌이었을 것이다. 첫날 중앙은행 청사 뒤로 보였던 비텍스코 타워를 비롯해서 백화점, 쇼핑몰 등 대형 건물이 즐비했다. 직선으로 곧게 뻗은 거리를 수놓은 봄꽃과 분수와 새해를 축하하는 전시물을 구경하는 행렬로 발을 디딜 틈이 없었다. 해가 저물수록 사람이 더 늘었다. 꽃 반, 사람 반이었던 거리가 사람으로 뒤덮였다. 어디서든 축제의 묘미는 사람 구경 아닌가. 

<2019년 자유여행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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