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나라 여행

베트남 자유여행 #6

숫양 2022. 11. 9. 12:45

호찌민시 미술관
냐짱 깜라인 국제공항에서 1시간 만에 호찌민 떤선녓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떤선녓 혹은 탄손누트라고 불리는 이 공항의 규모는 베트남 최대 규모 도시에 걸맞은 듯 보였지만 평일 낮임을 감안하더라도 공항 내부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은 베트남 설 명절인 뗏(Tết)이 시작된 날이었다. 설이나 추석에 더욱 붐비는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공항과는 달랐다.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버스가 보이지 않았다. 버스를 기다리는 행렬도 없어서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내소 직원에게 공항버스 타는 곳을 물었더니, 뗏 기간에 버스는 운행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버스나 철도는 연휴가 대목인데,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숙소는 1군 벤탄 시장에서 도보 5분 거리였다. 뗏 기간에는 버스 외에도 문을 닫는 상점이나 기관이 많다고 숙소 직원이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큰 메모지에 아동과 함께 관람하거나 방문할 곳을 여러 곳 적어주었다. 첫날은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호찌민시 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호찌민시 미술관은 우리나라 국립현대미술관에 비하면 작은 편이지만 프랑스풍 건축물 외관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지어진 개인 소유 저택이었다고 한다. 해방 후 미술관으로 운영 중이지만 실내를 둘러보니 부호의 저택이었던 흔적이 그대로 남은 모습이었다. 지금은 작동하지 않는, 철문으로 굳게 닫힌 오래된 엘리베이터라든가 액자도 없이 벽면에 빽빽하게 걸린 그림들, 통일되지 않은 조명 그리고 미술관 관람 중에 눈에 거의 띄지 않은 큐레이터나 해설사 등. 문화유산 관리가 적절한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전시품이나 그림을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원본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점은 나로서는 행운이었다.

호찌민 미술관 엘리베이터 / 베트남 국보로 지정된 센트럴 사우스 노스 스프링 가든

현대 미술은 베트남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쟁을 주제로 다룬 작품이 다수였다. 아동에게 간단히 설명할 수 없는 주제였다. 옻칠을 한 작품 가운데 눈길을 끌었던 건 베트남 국보로 지정된 '센트럴 사우스 노스 스프링 가든'이었다. 가로 길이가 상당했고, 붉은 색채가 강렬했다. 양쪽 끝에 한자로 적힌 문구는 이러했다. '달빛은 물 위에 등불처럼 비치고, 꽃향기는 바람에 희미하게 실려가네'. 문장을 그대로 표현한 그림이었다. 아동이 그림에 흥미가 급격히 떨어졌다. 사진 촬영에 몰두하는 행렬에 동참했다. 사진을 찍기에 훌륭한 곳이었다.


호찌민 금융가

베트남 중앙은행/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

미술관에서 나와서 우리는 남쪽으로 향했다.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는 않았고, 사이공 강을 볼 계획이었다. 큰 강을 끼고 있는 대도시에 가면 강을 보지 않을 수 없으니까. 사이공 강에서 이어진 작은 강줄기를 따라 걸었다. 미술관 건물과 유사한 외관의 큰 건물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황소와 곰이 싸우는 형상의 조형물이 설치된 프랑스식 건축물은 호찌민 증권거래소였다. 증권거래소 옆으로는 은행이 입점한 건물이 늘어섰다. 여의도 금융센터와 같은 곳이랄까.
사이공 강을 향해 걷다가 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를 발견했다. 지상 68층 높이인 이 마천루는 위로 올라갈수록 끝이 뾰족한 현대식 건축물이었다. 비텍스코와 다르게, 높이는 낮지만 육중한 몸체의 건물이 동시에 시야에 들어왔다. 베트남 중앙은행 호찌민 지점이다. 높이는 낮아도 몸집이 육중하고 견고한 외관과 건물 전체가 탁한 회색이어서 가까이 다가가기가 망설여졌다. 중앙은행 주변에 공안이 여럿 배치되어 삼엄한 분위기였다.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분위기가 그렇거나 말거나, 중앙은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사람이 몰리는 곳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기억은 흐려져도 사진은 그대로다. 



<2019년 자유여행 中>

#베트남여행 #자유여행 #호찌민 #호찌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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