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기록

가을은 어떻게 타는 것인가

숫양 2022. 9. 12. 18:25

하늘이 더 높아졌다. 높이 날던 새가 낮게 난다.
강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새가 바람에 맞섰다.
자전거를 타려고 사람들이 대여소에 줄을 섰다.
바람을 등지고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보다
맞바람을 맞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나는 벤치에 앉아 멍 때렸다.

한참이나 빠르게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보았고,
낮게 나는 검은 새 몇 마리 보았고,
산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나처럼 벤치에 앉은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가을을 탄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계절을 모두 탄다. 참 딱하고 별나다.

계절 말고 자전거나 탈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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