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책/파트리크 쥐스킨트 『깊이에의 강요』

숫양 2022. 10. 25. 13:55

그 책을 분명히 읽었는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 책이 여러 권이다. 저자 이름이나 책 제목을 까먹기도 한다. 건망증은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쥐스킨트 단편집 『깊이에의 강요』에 수록된 산문 ‘문학적 건망증’을 다시 읽었다.

허둥지둥 글 속에 빠져 들지 말고, 분명하고 비판적인 의식으로 그 위에 군림해서 발췌하고 메모하고 기억력 훈련을 쌓아야 한다.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확인했다. 돌아서서 까먹더라도 책을 읽었다는 기록을 어딘가에 해둔다. 기록한 노트를 다시 들추어 보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읽은 책의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책이 아니더라도 기억할 것이 차고 넘친다. 책을 읽는 가장 큰 목적이 아래와 같아서다.

문학의 건망증으로 고생하는 독자는 독서를 통해 변화하면서도……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단편 중에서도 단편인 깊이에의 강요를 다시 읽었다. 평론가의 비평 한마디에 집착하다가 결국 자살에 이르는 여성 화가 이야기다. 아주 짧아서 몇 분이면 읽을 수 있다.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꿋꿋이 자기 길을 가라는, 그런 메시지로 이해했다.

그러니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걸 실컷 하면서 사는 거다. 남의 말에 적당히 귀를 닫고, 휘둘리지 말고. 쥐스킨트가 사는 삶이 딱 그런 듯하다. 그런데 파트리크, 잘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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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
출판
열린책들
출판일
199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