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다 버지니아 울프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난다. 실없는 농담과 객기를 즐기던 시절이었다. 버지니아 울프를 아느냐고. 작가 이름은 아는데 작품은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읽지 않았다는 얘기다. 누군가 말했다. 버지니아에 사는 늑대잖아. 욕과 조롱이 쏟아진다. 헛소리 말고 술이나 마시라고 한다. 버지니아주에 늑대가 살긴 사나 싶다. 버지니아 울프를 안 지는 좀 됐다. 소설을 읽긴 했다. 감흥이 크게 없었을 것이다. 잘 읽혔다면 대표 작품 한 권 정도는 샀을 테니까. 몇 해 전 중고서점에 들렀다. 크기가 작고, 표지가 노란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굳이 사지 않아도 될 만큼 분량이 적은 책이었다. 제목이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였다. 제목이 내용 전체를 아우르는 듯했다. 책을 집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