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아주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달은 때를 어기지 아니하고 찾고 고독한 여름밤을 같이 지내고 가는 의리 있고 다정한 친구다. 바람은 달과 달라 아주 변덕 많고 수다스럽고 믿지 못할 친구다. 새 역시 바람같이 믿지 못할 친구다. 자기 마음 내키는 때 찾아오고 자기 마음 내키는 때 달아난다. 그러나 좋은 친구라 하여 달만을 반기고, 믿지 못할 친구라 하여 새와 바람을 물리치는 일이 없다. 나무 中 돌아보니 나는 달이 아니라 바람 같은 친구, 새 같은 사람이었다. 내 마음이 항상 우선이었다. 내 마음을 돌보느라 친구 마음을 잘 살피지 못했다. 많은 사람과 친구가 되기를 원했지만 친구는 줄고 연락 없는 연락처만 늘었다. 서운하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그렇게 여러 인연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