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에서 첫 아침 식사
가오슝에서 맞이한 첫날은 동네 한 바퀴를 걷기로 했다. 나는 산책을 좋아하고, 아동은 제때 음식이 공급되면 잘 걷는다. 마침 언제 그랬냐는 듯 날씨가 개었다.
숙소 조식을 신청하지 않았다. 현지 식당에 들러 간단하게 아침을 먹기로 했다. 빵과 커피, 콩국물(아마도 또우장인 듯하다)을 주문했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이었다. 몇몇 사람이 먹는 걸 보고 따라 했다. 커피는 믹스커피 수십 개를 넣은 듯 달았고, 콩국물은 베지밀과 같은 두유가 아니었다. 아동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었다.
"이것도 다 경험이다"라고 아동을 달랬다.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가면 그 나라 사람들이 먹는 현지식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은 나도 맥도널드에 가고 싶었다. 아침엔 맥모닝이다.
우리가 빵 하나로 힘겨워 하는 동안 여러 사람이 식당을 다녀 갔다. 대만에선 하루 세끼를 식당에서 사 먹는 것처럼 보였다.
돔 라이트로 유명한 가오슝 메이리다오역
숙소 위치는 마음에 들었다. 지하철(MRT) 메이리다오역 인근이었다. 메이리다오역은 여행객에게 널리 알려진 역이다. 역사가 원형으로 되어 있다. 역사 가운데 서면 모든 출입구가 눈에 들어오는 구조다. 천장은 바다를 소재로 한 그림으로 꾸몄다. 해양도시 가오슝에 어울린다. 메이리다오역은 바로 이 천장과 두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돔 라이트가 명물이란다. 특정 시간이 되면 불빛 쇼를 한단다. '한단다'라고 쓴 건, 결국 가오슝에서 머무는 내내 불빛 쇼를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대만 지하철은 우리나라와 다른 특징이 있다. 지하철 내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고, 심지어 생수도 마시면 안 된다. 벌금을 물게 된다. 더운 나라에서 물을 마실 수 없게 한 건 과하지 않나 생각한다. 마시지 말라고 하니까 더 마시고 싶었다. 지하철 노선도는 여행객이 보기에 편리했다. 숫자가 아니라 색으로 구분해서 목적지를 찾기가 쉬웠다.
중앙공원을 거쳐 아이허(사랑의 강)까지 산책하기
햇살이 조금 따가웠지만, 산책하기에 훌륭한 날씨였다. 숙소에서 선크림을 듬뿍 바르고 나섰다. 아침마다 아동에게 선크림을 발라주는 일은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아동은 로봇이 아니라서 스스로 움직이니까. 선크림 바르다가 해가 질 기세다. 이런 실랑이는 여행 내내 계속되는데...
중앙공원에는 연못, 놀이터, 크고 작은 여러 종의 나무가 있다. 나무 이름은 용나무란다.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용나무와 야자수가 빼곡하다. 이국적인 나무를 보면서 새삼 외국에 왔구나 느낀다. 용나무는 여러 그루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인데 보기에 따라서는 마치 거대한 한 그루 나무 같다. 밤에 보면 다소 괴기스러운 모양이다.
공원에는 운동하는 어르신들이 더러 보인다. 하얀 러닝 셔츠를 입고 있다. 운동인지 무술인지 잘 모르겠는 무언가를 하신다. 영화 혹은 텔레비전에서 봤던 장면 같다. 느닷없이 아동과 달리기 시합을 했다. 아동은 대체로 시합을 좋아하고, 시합에서 지는 걸 싫어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져주어야 하는데 내가 이겼다. 아동이 화났다.
화가 난 아동을 음식으로 달랬다. 아동이 좋아하는 생선구이를 점심으로 사주었다. 제법 비싼 곳이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아이허로 향했다. 사랑의 강이라서 아이허. 연인이나 부부가 많이 찾을 법한 곳을 아동과 함께 갔다. 강변길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뙤약볕 아래 걷다 보니 아동과 나는 점점 지쳐갔다. 아동이 걷기 싫다고, 숙소로 돌아가자고 했다. 난감했다. 아이허의 명물인 보트를 타야만 했다. 사랑의 강에서 타는 사랑의 보트. 아동과 타게 되어서 아쉽지만. 나는 해가 지기를 기다려 보트를 타기로 했다. 기어이 보트 선착장에 왔는데...
<2019년 자유여행 中>
다시 간다면: 메이리다오역 둠 라이트 불빛 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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