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몇 권 가지고 있다. 윤동주, 백석, 김수영, 김소월 그리고 마리아 라이너 릴케. 모두 소장용이다. 나는 윤동주와 백석을 좋아하고, 윤동주와 백석은 릴케를 좋아했다. 전자의 시는 언제 읽어도 울림을 주는 반면, 릴케의 시는 소 귀에 경 읽듯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를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읽고 나서 다시 릴케의 시를 읽었는데도, 여전히 나는 소였다. 다행스럽게도 공감하는 시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인생을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시를 좋아한다. 아마도 릴케는 어느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고서 인생을 성찰했을 것이다. 어린 아이는 하루를 충실하게 산다. 내 아동을 보니 그런 듯하다. 날마다 축제인 것처럼 산다. 삶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가 또 지나갔다. 고민이 많아서 머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