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법주사에 다녀왔다. 한국사 시험에서 나올 법한, 널리 알려진 사찰이다. 천년고찰로도 알려져 있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곳이다. 법주사 팔상전은 필수로 배운다. 그리고 도박 스캔들로도 유명세를 탔다. 유네스코와 세븐포커는 글로벌 스탠더드인가. 헤르만 헤세의 걸작 『싯다르타』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라떼는 법주사가 수학여행 단골 코스였다. 강렬하지 않거나 반복되지 않는 경험은 기억에서 서서히 잊힌다. 너는 그곳에 갔었다고 법주사 어디선가 찍은 단체사진이 말해준다. 사진 속 아동은 앳되다. 이번엔 나의 아동을 모시고 갔다. 부모님을 모시고 갔다면 좋았을 텐데. 이런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나의 아동은 부쩍 내 아버지 행세를 한다. 말투와 행동이 가부장스럽다. 곧 시작될 아동의 사춘기가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