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행

수학여행의 추억, 속리산 법주사

숫양 2022. 9. 3. 10:07

지난가을, 법주사에 다녀왔다. 한국사 시험에서 나올 법한, 널리 알려진 사찰이다. 천년고찰로도 알려져 있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곳이다. 법주사 팔상전은 필수로 배운다. 그리고 도박 스캔들로도 유명세를 탔다. 유네스코와 세븐포커는 글로벌 스탠더드인가. 헤르만 헤세의 걸작 『싯다르타』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라떼는 법주사가 수학여행 단골 코스였다. 강렬하지 않거나 반복되지 않는 경험은 기억에서 서서히 잊힌다.  너는 그곳에 갔었다고 법주사 어디선가 찍은 단체사진이 말해준다. 사진 속 아동은 앳되다.

 

이번엔 나의 아동을 모시고 갔다. 부모님을 모시고 갔다면 좋았을 텐데. 이런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나의 아동은 부쩍 내 아버지 행세를 한다. 말투와 행동이 가부장스럽다. 곧 시작될 아동의 사춘기가 무척 기대된다.    

팔상전과 쌍사자 석등

아동과 함께 2시간 남짓 법주사 쌍사자 석등, 팔상전, 금동미륵대불 등을 관람했다. 비교적 최근에 개보수한 미륵대불과 달리, 팔상전과 쌍사자 석등은 오랜 세월의 흔적이 뚜렷하다. 미륵대불은 청동이었던 것을 금동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청동불상은 귀하다. 

 

팔상전 내부를 관람했다. 국내 가장 오래된 목탑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이런 문화유산에 아무런 제지도 없이 들어가도 되나 싶었지만, 다른 사람을 따라 들어갔다. 횡재한 기분이다. 오층탑이지만 층이 구분되지 않은 탑이어서 천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월의 무게와 기운에 압도된다.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법주사에서 새삼 문화유산의 힘을 느꼈다. 시간이 더할수록 그 힘은 축적되고 강해질 것이다. 법주사는 과거에도 현재도 수학여행 필수 코스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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