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은 풍월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오죽하면 지역명이 무릉도원면, 한반도면, 김삿갓면이다. 무릉도원은 문학 단골손님이다. 여름 끄트머리 풍월을 즐길까 하고 영월에 다녀왔다. 이미 들른 무릉도원면은 두고, 한반도면에 있다는 한반도 지형을 보고 왔다.
한반도 지형은 명승 제75호다. 문경새재, 의림지, 소쇄원 등이 명승으로 지정된 곳이다. 아직 보지 못한 명승이 여럿이다. 명승을 모두 보려면 더 부지런해야 한다. 흐린 날씨인데도 관람객이 적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제법 되는데, 산책길이 걷기 좋았다.
전망대 앞, 저마다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누군가가 드론을 날렸다.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이 보고 싶었다. 동고서저형 지형은 한반도를 빼다박았다. 바다를 대신하는 건 평창강이었다. 멀리 능선이 끝도 없었다. 초록 능선 사이에 희멀건 시멘트 공장이 보였다. 옥의 티였다. 그곳 위치가 만주 벌판 즈음 되나.
풍월을 보았으니 세월을 만날 차례였다. 곧장 고씨동굴로 향했다. 더위를 식혀야 했다. 김삿갓면에서 가보지 못한 곳이기도 했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서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넜다. 이곳 시멘트 공장에서 생산한 시멘트로 만든 다리인지는 모르겠다. 다리를 놓기 전, 동굴을 오가는 교통수단은 나룻배였다고 한다. 고씨굴이라는 이름은 쉽게 짐작하듯 고씨 가족이 이곳에 숨어 산 적이 있어 붙였다고 한다. 고씨 가족이 동굴에 숨어 지낸 건 임진왜란 시기라고 하니 400년도 더 지난 일이다. 일화의 흔적은 찾을 길 없다. 동굴에 뭐라도 남겼더라면.
고씨굴은 석회동굴이다. 영월은 국내 최대 석회암 지대이고, 석회는 시멘트의 원료다. 시멘트 공장이 많은 곳이 곧 석회암 지대다. 고씨굴은 입구부터 최종 도착지까지 거리가 꽤 된다. 이동 통로가 가파르거나 비좁은 지점이 많아서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웠다. 땀이 비오듯 했다. 동굴 내부에서 나를 놀라게 한 건 종유석이나 석순이 아니라 지하수였다. 물살이 아주 거칠고 세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그곳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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