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모사 공화국
포르모사(formosa). 지난 며칠 대만을 여행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뇌리에 꽂힌 글자다. 한자가 아니라 영어 표기다. 가오슝 지하철역에서 타이중 어느 학교에서 국립자연과학박물관에서 보았다. 특정 지명이 아니란 이야기다. 이제 조금 궁금해져서 검색을 했다. 라틴어와 포르투갈어 등에서 쓰는 단어로 아름답다는 의미다. 무엇이 아름다울까?
더 검색했다. 서양인이 부른 이름이다. 16세기에 대만을 발견한 포르투갈 선원이 섬이 아름답고 말한 데에서 유래됐다. 17세기 네덜란드가 대만을 식민 지배하던 때에 포르모사로 불리기도 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19세기에 대만이 포르모사 공화국이라는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포르모사 공화국은 당시 일제에 의해서 단 5개월 만에 사라졌다. 청일 전쟁에서 청나라가 패한 뒤 일제에 넘어갈 위기에 처한 대만을 지키기 위해 만든 국가였다.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에서는 고종이 대한제국을 건국했지만 역시 일제에 병합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가를 만들기는 쉬워도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포르모사 공화국에 이어서 중화민국이라는 공식 국호를 갖고 있지만 이 작은 섬나라는 여전히 나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섬은 여전히 포르모사다.
장제스가 즐겨 찾았던 르웨탄
타이중에서 이틀째, 숙소 직원에게 도움을 얻어 르웨탄에 들르기로 했다. 거의 모든 여행지를 하루 이틀 전에 정했지만, 르웨탄은 대만에 오기 전부터 가기로 마음을 먹은 곳이었다. 직원은 버스를 타는 곳, 표 가격과 같은 정보를 메모지에 직접 써서 건네주었다. 숙소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을 헤맬지도 모른다며 지도를 그리고는 친절하게 가는 길을 설명해주었다. 마음이 포르모사다.
가오슝 서우산에 이어서 대만 8경을 보게 됐다. 장제스가 즐겨 찾았다고도 한다. 두 시간 여 버스를 타고 르웨탄에 도착했다. 버스를 탈 때만 해도 하늘이 개었지만 르웨탄에는 가는 빗방울이 흩날렸다.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평일 이른 시간인데도 외국인 관람객이 넘쳐났다. (관동 8경에도 이런 날이 오기를.)
르웨탄은 우리식 한자로 일월담이다. 해와 달의 호수라는 뜻이다. 왜 그런가 하니, 호수 생김새가 둥근 해와 초승달 같다고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지 않아서 알 길이 없다. 이런 곳에 열기구가 필요하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보트를 타고 맞은편 선착장에 도착한 뒤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에 올랐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먹구름이 잔뜩 끼었고, 공기가 제법 차가웠다. 해발이 높은 곳임을 실감했다. 원주민이 사는 구족문화촌으로 향하는 입구가 보였다. 원주민 9족이 모여 사는 곳이면서 테마파크를 조성한 관광지. 종족이 다른 원주민이 함께 살고 있다. 구족문화촌은 가지 않기로 했다. 르웨탄을 둘러싼 자전거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지 못한 건 두고두고 아쉽다.
<2019년 자유여행 中>
다시 간다면: 맑은 날 르웨탄에서 자전거 타기
#대만 #대만자유여행 #타이중 #르웨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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