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스와 중정기념당
타이베이에 온 첫날, 중정기념당에 방문하기로 했다. 중정은 중화민국 초대 총통인 장제스의 본명이다. 동아시아사를 공부하면서 '국공내전에서 장제스가 승리했다면'하는 상상을 했다. 중국도 중국이지만 우리나라 현대사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중화민국 역사 기록물을 직접 보고 싶었다.
중정기념당역에서 내려 곧장 직진하니, 황금색 지붕을 붉은 기둥이 떠받치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공연장으로 사용되는 국가희극원이다. 희극원을 지나 큰 광장을 마주했다. 광장 너머에 희극원과 비슷한 외형을 갖춘 건물이 보였다. 국가음악청이다. 왼편에는 아치형으로 된 중국식 문이 서있다. 다섯 개 문이 이어진 정문이다. 가운데 지붕 아래는 '자유광장'이라는 문구가 쓰였다.
정문 앞에서 자유광장을 지나 중정기념당까지 걸었다. 정문처럼 흰색 벽면에 청색 지붕을 얹었다. 색 조합이 청천백일기로 불리는 대만 국기와 비슷했다. 중정기념당은 89개 계단 위에 우뚝 섰다. 장제스의 사망 당시 나이만큼 계단을 쌓아 올렸다. 중화민국 역사와 장제스 관련 기록물을 볼 수 있다. 장제스가 생전에 타던 캐딜락 차량, 기념당 1층 로비에 세운 장제스 동상이 눈에 띄었다. 동상 뒤 벽면에는 윤리, 민주, 과학이라는 글자를 썼다. 동상을 지키고 선 의장대 2명은 매 시간마다 교대식을 진행하는데, 총을 대리석 바닥에 내리칠 때 크게 울리는 소리와 절도 있는 동작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장제스 동상은 철거될 예정이라고 한다. 동상이 사라지면 의장대 교대식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중정기념당이라는 이름도 '권위주의 반성 역사공원'으로 바뀐다.)
대만의 맛, 진펑 루로우판
점심을 먹으려고 중정기념당 인근 식당을 찾아 나섰다. 중정기념당역 2번 출구를 따라 걸으니 남문시장이 보였다. 시장 구경에 나섰다. 현지인과 외지인으로 북적였다. 정육, 채소, 과일 따위를 판매하는 상점은 우리나라 전통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눈길을 잡아끄는 물건이 있게 마련. 육포가 눈에 들어왔다. 바싹 말린 육포가 아니라 두께가 두툼한 육회를 네모반듯하게 썰어놓은 모양새다.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시장 밖으로 나와 식당을 물색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식당을 발견했다. 식당 이름을 구글에서 검색했다. 집단지성을 따라 줄을 섰다. 대만 여행 가이드북에 소개된 루로우판을 대만에 온 지 일주일 만에 처음 먹게 됐다. 식당 입구에 메뉴가 쓰인 간판을 올려다봤다. 루로우판은 다른 메뉴와 다르게 대, 중, 소 3가지다. 가격은 대 기준 2천 원. 리우허 야시장에서 먹었던 철판볶음밥만큼 저렴했다. 테이블에 합석한 여성이 이곳은 타이베이에서도 음식값이 싼 편이라고 알려주었다. 아동이 맛있다고 했다. 돼지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 아동 입맛에도 맞았나 보다. 입맛은 집단적이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이다.
<2019년 자유여행 中>
다시 간다면: 중정기념당은 어떻게 바뀔까...
#대만 #대만자유여행 #타이베이 #중정기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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