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나라 여행

베트남 자유여행 #2

숫양 2022. 10. 22. 09:00

아동 복지, 바나힐 선월드

참 박물관을 다녀온 다음날 바나힐에 가기로 했다. 베트남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던 후에 지역을 어린 아동과 함께 가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숙소 직원을 통해 바나힐 일일 투어를 미리 예약해두었다. '높은 산에 간다'는 말에 실망한 아동은 '케이블카를 타고'라는 부연 설명에 반색을 했다.   

이른 아침 승합차를 타고 바나힐로 향했다. 현지인 가이드는 상냥한 표정과 친절한 목소리로 알아듣기 어려운 영어를 쏟아냈다. 우리 뒷자리에 앉아있던 젊은 미국인 부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가이드의 풍부한 손동작을 보면서 위안을 얻었다. 바나힐로 향하는 케이블카 안에서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한때 세계에서 길이가 최장이었다던 케이블카답게 탑승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지루함은 느린 속력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산악열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프랑스풍 정원이었다. 정원 이름은 프랑스어로 '르 자뎅 다무르', 사랑의 정원이라는 뜻이다. 형형색색의 꽃과 체스판, 소년과 소녀 동상 등 다양한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물론 우리도 이에 뒤질세라 이리저리 바쁘게 옮겨 다녔다.

바나힐 사찰 영응사 옆에 프랑스풍 정원 르 자뎅 다무르와 와인 저장고가 있다

한참 사진을 찍다가 정원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불상을 발견했다. 일주문에 쓰인 사찰명은 영응사. 영응은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미케 해변에서 멀리 떨어진 썬짜 반도 위 우뚝 솟은 거대 관세음보살상을 모신 사찰 이름도 영응사다. 바나산에 먼저 짓고 똑같은 이름으로 썬짜 반도에 지은 것이다. 불상 앞에서 아동에게 소원을 빌라고 일렀다. 여태껏 무수히 빌었던 소원이 하나도 이루어진 게 없다는 사실을 떠올랐다.

와인 저장고에서는 만찬을 즐기는 프랑스인 미니어처를 볼 수 있었다. 과거 베트남이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을 당시 이곳에 휴양지를 건설한 프랑스인의 생활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들이 부어라 마셔라 했던 곳에서 우리도 신나게 점심 뷔페를 즐겼다. 배를 채운 아동은 급기야 바나힐 실내 놀이공원에서 정신줄을 놓았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오게 될지 모른다는 걸 직감한 눈치였다.

그러나 다낭에 아이와 함께 다시 간다면 바나힐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용인에 가면 에버랜드를 가고, 과천에 가면 서울랜드를 가듯이.   


<2019년 자유여행 中>

#베트남여행 #자유여행 #다낭 #바나힐

'다른나라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트남 자유여행 #4  (0) 2022.10.30
베트남 자유여행 #3  (0) 2022.10.26
베트남 자유여행 #1  (0) 2022.10.18
대만 자유여행 #11  (0) 2022.10.13
대만 자유여행 #10  (0) 2022.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