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나라 여행

베트남 자유여행 #5

숫양 2022. 11. 2. 20:33

빈펄랜드

빈펄랜드

냐짱 빈펄랜드 매표소는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평일에도 개장 시간 전부터 대기줄이 길게 늘어선다고 숙소 직원이 전날 알려줬다. 아침 일찍 매표소로 향했지만 이미 인파가 북적였고, 바다 건너 놀이공원으로 향하는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행렬은 러시아워를 방불케 했다. 인파의 행렬 중 다수가 중국인이어서 모종의 소외감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아니 눈에 보이는 신경전이 계속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케이블카에 함께 탄 사람은 모두 한국인이었고 3대 가족이었다. 케이블카 안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바다를 구경하는 손자를 할머니가 막아섰고, 부부는 이따금 자녀에게 얌전히 앉아 있으라고 타일렀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아동과 나는 애꿎은 바다 구경만 했고 이따금 눈만 마주쳤을 뿐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우리가 대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건 할머니가 내뱉은 한 마디 때문이었다. 함께 탄 외국사람이 흉을 보겠다. 아동과 나의 눈이 마주쳤고, 우리는 케이블카에서 내릴 때까지 약속이나 한 듯 침묵했다. 저희도 한국사람입니다,라고 말할 타이밍을 놓쳤고, 그 순간 장난기가 발동했다. 가끔 일본인으로 오해를 받아서 그러려니 했다.

아동의 키가 130cm에 미치지 못해서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가 많지 않았다. 나는 실망했고, 아동은 절망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건지기 위해 짧은 다리로 부지런히 섬을 돌아다녔다. 다낭 바나힐처럼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오락실을 발견했다. 무한리필 고깃집에 온 기분이었다. 아동은 오락실을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데다가 붐비지도 않았다. 눈 깜짝할 새 해가 떨어졌다. 


러시아 사람들

냐짱 센터

복합 쇼핑몰인 냐짱 센터 뒤로 상점이 즐비하다. 센터에서 도로만 건너면 끝모를 길이의 냐짱 해변이 반겼다. 해변에는 금발 머리의 외국인이 많았는데, 그들이 말하는 걸 가만히 들어보니 영어가 아니라 러시아어였다. 러시아인이 이곳에 왜 많을까 의아했다. 아이가 모래사장에서 모래성을 쌓고 노는 동안 검색을 했다. 과거 냐짱에 러시아 해군과 가족이 오랜 기간 머물렀다고 한다. 따뜻한 날씨의 해변은 휴양지로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한창 모래성을 쌓는 아동에게 또래로 보이는 러시아 소녀가 다가와서 함께 놀자고 했다. 아동은 당황한 눈빛이었고 나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언어는 때때로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모기에 잔뜩 물려 아동의 다리가 엉망이 됐다. 약국에 들러 모기약을 사려는데 약국마다 모기약이 없다고 했다. 다낭과 호이안에서는 운이 좋았던 것일까. 잡화점이란 잡화점은 다 찾아다녔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잡화점 직원이 뭔가를 손으로 가리켰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얼굴이 그려진 시앙 퓨어 오일이었다.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모기라는 글자는 없었지만 속는 셈 치고 샀다. 주로 근육통,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오일이었지만 효과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냐짱 센터 뒤 골목은 러시아어로 쓰인 간판이 수두룩했고, 길을 오가는 사람도 해변에서처럼 절반 이상이 러시아인처럼 보였다. 차이나 타운이나 한인 타운처럼 러시아 타운이라는 간판은 없었지만 러시아 타운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러시아 타운을 본 적도 한번에 이렇게 많은 러시아인을 본 적도 없다.           


<2019년 자유여행 中>

#베트남여행 #자유여행 #냐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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