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나라 여행

베트남 자유여행 #7

숫양 2022. 11. 11. 09:22

전쟁유물박물관

베트남 전쟁유물박물관

호찌민 여행 둘째 날, 숙소를 나서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베트남 전쟁유물박물관(war remnants museum)이었다. 이곳은 현대 베트남 전쟁에 관한 기록물과 유물을 전시하는 곳이다. 처음 설립 당시부터 베트남의 오랜 역사에서 벌어진 주요 전쟁 관련 유물을 전시할 의도가 없었다. 1975년, 미국 정보부가 있던 위치에 '미국과 괴뢰 정부 범죄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됐다. 공식적으로는 '미중 전쟁 범죄 박물관이었고, 1990년에 미국을 빼고 '전쟁 침략 박물관'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미국과 수교 후 1995년, 전쟁유물박물관으로 고쳤다. 

야외에 미국 전투기, 탱크, 미사일 등 각종 무기가 전시되어 있었다. 야외 한편에 당시 수용소였던 '타이거 케이지'와 수용자의 구금 실태를 재현한 디오라마는 사실적이고 적나라해서 아동에게 보여주기가 꺼려졌다. 전쟁유물박물관으로 순화된 이름을 갖게 됐지만 전시된 사진과 디오라마는 잔혹함 그 자체였다. 미군을 중심으로 전시된 유물 가운데 한국군 전투복, 사진 등 전시물이 눈에 띄었다. 용산 전쟁기념관에 마련된 베트남 전쟁 관련 기록물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기록물이 적지 않아 착잡한 마음이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을 곱씹지 않을 수 없었다. 


통일궁

통일궁

전쟁유물박물관에서 남쪽 방면으로 1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곳은 통일궁이었다. 통일궁은 독립궁이라고도 불린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독립궁이라는 이름을 사용 중이다.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벗어나면서 독립궁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원래 1871년에 완공된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총독 관저였던 곳이다. 당시에 노로돔 궁이라고 불리었다. 지금의 건축물은 1966년에 완전히 새롭게 건축했다. 베트남 공화국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되었는데, 당시 대통령 집무실과 회의실, 침실, 벙커 등 공간이 잘 보존되어 있다. 

통일궁이라는 이름은 북베트남에 의해 남베트남 정권이 무너진 후 새로 붙인 이름이다. 당시 베트남 전쟁에서 사실상 북베트남이 승기를 잡은 후 이곳 통일공을 점령했던 탱크가 통일궁 야외에 전시 중이었다. 숫자 390, 843을 하얗게 칠한 탱크 두 대는 소련제라고 했다. 건물 옥상에는 숫자 445가 쓰인 미군 헬리콥터가 전시되어 과거 미국과 러시아 간 대결 구도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탱크와 헬리콥터가 전시된 상황과는 달리 통일궁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둥근 정원 한가운데 설치된 분수대에서 가늘고 둥근 분수가 뿜어져나왔다. 도심 복판인데도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간혹 대형 버스가 들어섰지만 통일궁은 물론 야외 마당이 워낙 크고 넓어 관람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방문 전에 점심시간에는 잠시 휴관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2019년 자유여행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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