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공, 호찌민, 프랑스
호찌민 여행 넷째 날, 오늘도 숙소를 나와 따오단 공원으로 향했다. 꽃과 나무와 사람을 보러, 라기보다 그곳이 그나마 쾌적하고 그늘이 드리워서 더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특별한 계획이 없다. 노트르담 대성당과 사이공 중앙 우체국, 전날 들렀던 응우옌 후에 거리를 다시 가기로 했다.
따오단 공원에서 노트르담 대성당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통일궁을 지나니 또 다른 공원이 반겨주었다. 4/30 공원. 반듯한 직사각형 형태로 공원 내부를 큰 대로가 가로지르는 구조다. 따오단 공원과 달리 인적이 드물어 고요했다. 4/30은 베트남 전쟁 당시 사이공이 함락된 날, 즉 남베트남 해방기념일이다. 사이공이라는 도시가 호찌민으로 바뀌게 된 날이기도 하다.
공원 끝자락, 노트르담 대성당이 위용을 드러냈다. 대성당만 보면 이곳이 베트남인지 프랑스인지 알 수 없다. 호찌민이 사이공이던 시절, 프랑스에서 가져온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성당이라고 한다. 로마와 고딕 양식이 성당 곳곳에 설치된 보수공사용 구조물이 140년 세월의 무게를 짐작케 했다. 1959년, 성당 앞 꽃밭 공원에 대리석으로 된 성모 마리아상을 세웠다. 공사에 관계없이 성당 앞 광장은 이미 사람이 가득 찼다. 바로 옆 사이공 중앙 우체국 거리까지 인파로 뒤덮였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대성당 오른편에 사이공 중앙 우체국이 있다. 에펠탑을 만든 귀스타브 에펠이 처음 우체국을 건축했으나, 앙리 빌드외와 알프레드 폴홍스라는 프랑스 건축가가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 건축에 동양 장식을 결합했다. 에펠이 만들었다면 더욱 유명세를 얻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건 여전히 우체국으로 기능한다는 것. 하나 더. 노트르담 대성당과 사이공 중앙 우체국을 아우르는 거리 이름이 파리 코뮌이다. 파리 코뮌은 19세기 프랑스 노동자 계급이 만든 세계 최초 사회주의 정부였다. 프랑스가 옛 사이공에 남긴 유산에 건축물만 있는 건 아니다.
호찌민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가까운 곳에 호찌민의 중심, 인민위원회 청사가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처럼 유럽풍 건축물이다. 청사를 기점으로 사이공강까지 곧게 뻗은 거리가 응우옌 후에 거리다. 인민위원회 청사 앞 광장에 세운 호찌민 동상은 사이공강 방향을 바라본다. 호찌민은 베트남 전쟁 도중 사망해서 남베트남 해방을 보지 못했지만 베트남의 국부가 되었고, 도시가 되었고, 동상이 되어 사이공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응우옌 후에 거리 양 옆은 대형 쇼핑몰, 호텔 등 현대 건축물이 늘어섰다. 광장 한 편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를 따라가 보았다. 전통 의상을 입은 젊은 남녀 여럿이 흥겨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숙소에서 뗏 노래와 함께 듣던 노래. 아마도 다른 쇼핑몰 혹은 마트에서도 흘러나오던 노래. 궁금해서 숙소 직원에게 물어봤다. 역시나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의미의 설날 노래였다. 이유 없이 좋아서, 좋은데 이유가 없어서 며칠을 들었다.
<2019년 자유여행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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