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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자유여행 #4

참파 왕국의 흔적, 냐짱 포나가르 다낭에서 비행기를 타고 냐짱 깜라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국제공항이지만 국내 여느 지방 공항처럼 규모가 작은 편이었고, 공항 청사 밖으로 나서자 주변이 휑뎅그렁했다.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는 택시 안에서 바라본 바다는 다낭의 그것에 비해 더 광활하고 시원하게 보였는데 새로운 곳을 보는 기분 탓이었을 것이다. 나트랑 센터에 들러 간단히 점심을 먹고 방문한 곳은 포나가르 사원이었다. 시내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다 보니 바다로 이어지는 너른 카이강이 눈 앞에 펼쳐졌다. 강을 가로지르는 낮고 좁은 다리의 이름은 쩐푸 다리. 강물과 바닷물의 경계 어느 지점엔가 낛싯배 여러 척이 떠다녔다.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고 포나가르 사원으로 들어섰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지어진 사원은, 뒤로는 ..

다른나라 여행 2022.10.30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말하는 인생

시집 몇 권 가지고 있다. 윤동주, 백석, 김수영, 김소월 그리고 마리아 라이너 릴케. 모두 소장용이다. 나는 윤동주와 백석을 좋아하고, 윤동주와 백석은 릴케를 좋아했다. 전자의 시는 언제 읽어도 울림을 주는 반면, 릴케의 시는 소 귀에 경 읽듯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를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읽고 나서 다시 릴케의 시를 읽었는데도, 여전히 나는 소였다. 다행스럽게도 공감하는 시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인생을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시를 좋아한다. 아마도 릴케는 어느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고서 인생을 성찰했을 것이다. 어린 아이는 하루를 충실하게 산다. 내 아동을 보니 그런 듯하다. 날마다 축제인 것처럼 산다. 삶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가 또 지나갔다. 고민이 많아서 머리가 ..

어쩌다 기록 2022.10.28

베트남 자유여행 #3

오전, 호이안 다낭이 휴양지 이미지를 굳힌 반면, 호이안은 쇠락한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한때 거대 무역항이었던 호이안의 투본강을 동서양의 많은 상인들이 드나들었을 것이다. 아마 고려 시대 예성강 벽란도처럼. 쇠락한 도시의 고요한 투본강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기분이 매우 쇄락했다. 배낭 하나 덜렁 메고 온 여행에는 다낭보다 호이안이 제격인 듯했다. 쇠락한 도시지만 배낭 여행자와 단체 관광객이 물밀듯 몰려들어 활기가 넘친다. 옛 상인이 거주했던 올드 타운 덕분이다.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처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오후, 호이안 삼일을 보내면서 아동과 나는 오전 나절 올드타운에 갔다가 해가 지고 숙소로 돌아오는 일정을 반복했다. 좋은 건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지겨우면 하..

다른나라 여행 2022.10.26

책/파트리크 쥐스킨트 『깊이에의 강요』

그 책을 분명히 읽었는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 책이 여러 권이다. 저자 이름이나 책 제목을 까먹기도 한다. 건망증은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쥐스킨트 단편집 『깊이에의 강요』에 수록된 산문 ‘문학적 건망증’을 다시 읽었다. 허둥지둥 글 속에 빠져 들지 말고, 분명하고 비판적인 의식으로 그 위에 군림해서 발췌하고 메모하고 기억력 훈련을 쌓아야 한다.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확인했다. 돌아서서 까먹더라도 책을 읽었다는 기록을 어딘가에 해둔다. 기록한 노트를 다시 들추어 보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읽은 책의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책이 아니더라도 기억할 것이 차고 넘친다. 책을 읽는 가장 큰 목적이 아래와 같아서다. 문학의 건망증으로 고생하는 독자는 독서를 ..

독서 2022.10.25

주식 투자에 관한 어느 스님의 말씀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에서 아무개 씨가 투자에 실패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하였다. 스님이 하신 말씀이 꼭 오랫동안 주식을 투자하신 듯하였다. 주식 투자에 관한 스님 생각을 요약해 보니 대강이 이렇다. 주식 투자는 필수가 아니다. 하지 않았으면 한다. 주식을 하게 된다면 집착을 놓아야 한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욕심이 있다. 어느 정도 욕심을 갖고 투자를 한다. 스님은 또 단기 투자는 투자가 아니고 노름이라고 못을 박았다. 법으로 허용된 노름이라고. 나는 주식을 처음 시작할 때 노름을 몇 번 하다가 이내 접었다.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말씀은 이렇다. 빚내서 하지 말고 남는 돈으로 하되, 안정된 주식이나 땅을..

소액주주 2022.10.24

베트남 자유여행 #2

아동 복지, 바나힐 선월드 참 박물관을 다녀온 다음날 바나힐에 가기로 했다. 베트남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던 후에 지역을 어린 아동과 함께 가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숙소 직원을 통해 바나힐 일일 투어를 미리 예약해두었다. '높은 산에 간다'는 말에 실망한 아동은 '케이블카를 타고'라는 부연 설명에 반색을 했다. 이른 아침 승합차를 타고 바나힐로 향했다. 현지인 가이드는 상냥한 표정과 친절한 목소리로 알아듣기 어려운 영어를 쏟아냈다. 우리 뒷자리에 앉아있던 젊은 미국인 부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가이드의 풍부한 손동작을 보면서 위안을 얻었다. 바나힐로 향하는 케이블카 안에서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한때 세계에서 길이가 최장이었다던 케이블카답게 탑승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지루함..

다른나라 여행 2022.10.22

책/이양하 『신록 예찬』

나무에 아주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달은 때를 어기지 아니하고 찾고 고독한 여름밤을 같이 지내고 가는 의리 있고 다정한 친구다. 바람은 달과 달라 아주 변덕 많고 수다스럽고 믿지 못할 친구다. 새 역시 바람같이 믿지 못할 친구다. 자기 마음 내키는 때 찾아오고 자기 마음 내키는 때 달아난다. 그러나 좋은 친구라 하여 달만을 반기고, 믿지 못할 친구라 하여 새와 바람을 물리치는 일이 없다. 나무 中 돌아보니 나는 달이 아니라 바람 같은 친구, 새 같은 사람이었다. 내 마음이 항상 우선이었다. 내 마음을 돌보느라 친구 마음을 잘 살피지 못했다. 많은 사람과 친구가 되기를 원했지만 친구는 줄고 연락 없는 연락처만 늘었다. 서운하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그렇게 여러 인연과 ..

독서 2022.10.20

켈로그 배당금으로 첵스 먹기

애플과 코카콜라에 이어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회사가 켈로그다. 켈로그는 첫 매수 후 2년 정도 보유했다. 몇 차례 분할 매수를 하다가 추가 매수는 하지 않고 있다. 하락장에 주가가 계속 오른 탓이다. 다른 주식들은 죄다 시퍼렇게 질렸는데, 애플, 코카콜라, 켈로그가 선방을 하고 있다. 주식만 놓고 보아선 켈로그 대신 포스트가 더 끌리긴 했다. 그래도 시리얼 원조인 켈로그 주식을 샀다. 창업 스토리도 독특했고(원래는 환자를 위한 식단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1, 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거치면서 100년 넘게 생존한 브랜드를 믿기로 했다. 아주 눈에 띄는 혹은 세련된 광고 마케팅은 찾지 못했다. 백 년 전과 현재 켈로그 로고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이걸 뚝심이라고 해야 하나, 안일함이라고 해야 하나..

소액주주 2022.10.19

베트남 자유여행 #1

무단 횡단?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2시간 30분을 날아 다낭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대만은 다른 아시아 국가 어디로든 이동하기에 편리한 곳인 듯하다. 그랩 택시를 타고 미케 해변 인근 숙소로 곧장 이동했다.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었고, 날씨 예보는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고 했다. 저녁에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한참 동안 비가 내렸다. 1월이 우기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저녁을 먹으러 넓은 대로로 나섰다. 큰 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먹거리를 파는 이들이 가끔 말을 건네 왔다. 도로 맞은편에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 가게가 눈에 띄었다. 가까운 거리에 횡단보도는 없었고, 사람들이 오토바이와 차가 달리는 도로를 드문드문 건넜다. 앞만 보고 길을 건너면 오토바이든 차든 알아서 피할 거라는 정보를 얻었지만 이론과 실전의 ..

다른나라 여행 2022.10.18

강원 영월, 한반도 지형과 고씨동굴

영월은 풍월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오죽하면 지역명이 무릉도원면, 한반도면, 김삿갓면이다. 무릉도원은 문학 단골손님이다. 여름 끄트머리 풍월을 즐길까 하고 영월에 다녀왔다. 이미 들른 무릉도원면은 두고, 한반도면에 있다는 한반도 지형을 보고 왔다. 한반도 지형은 명승 제75호다. 문경새재, 의림지, 소쇄원 등이 명승으로 지정된 곳이다. 아직 보지 못한 명승이 여럿이다. 명승을 모두 보려면 더 부지런해야 한다. 흐린 날씨인데도 관람객이 적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제법 되는데, 산책길이 걷기 좋았다. 전망대 앞, 저마다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누군가가 드론을 날렸다.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이 보고 싶었다. 동고서저형 지형은 한반도를 빼다박았다. 바다를 대신하는 건 평창강이었다. 멀리..

우리나라 여행 2022.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