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책/김정선『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숫양 2022. 9. 4. 18:35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바야흐로 글쓰기 열풍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서 글을 쓴다. SNS에서의 짧으면서도 알맹이가 담긴 글, 제안서·기획서·홍보문 등 업무에 필요한 서식, 또는 책을 출간하기 위하여. 하지만 완성된 우리의 글은 때때로 비판을 마주한다. 내가 보기엔 멀쩡하기만 한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기에 다들 말들이 많은 걸까?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20년이 넘도록 단행본 교정 교열 작업을 해 온 저자 김정선의 책으로, 어색한 문장을 훨씬 보기 좋고 우리말다운 문장으로 바꾸는 비결을 소개한다. 자신이 오래도록 작업해 온 숱한 원고들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어색한 문장의 전형과 문장을 이상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추려서 뽑고, 어떻게 문장을 다듬어야 하는지 요령 있게 정리했다. 저자는 좋은 문장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필요 없는 요소를 가능한 덜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적’, ‘-의’, ‘-들’과 같은 말만 빼도 문장이 훨씬 좋아진다는 것. 이 밖에도 문장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사동형과 피동형 문장, 지시 대명사의 사용 등 우리가 편안한 우리말 문장을 지을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내용을 살뜰하게 정리해, 글을 쓰는 이들에게 두루 도움을 주고자 했다.
저자
김정선
출판
유유
출판일
2016.01.24

 

김정선은 교정, 교열 분야에서 20년 이상 일했다. 실력과 시간이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저자가 그 긴 세월 동안 봐 온 글자 수를 생각해 보면, 이 책은 제 무게 값을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시중에 많은 글쓰기 책이 유통된다. 주로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 준다.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식이다. 김정선이 쓴 책은 그런 방법론을 알려주지 않는다. 되려 글을 쓸 때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 덧셈이 아니라 뺄셈을 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어떻게 하면 장황하지 않고 간결하게 글을 쓸 수 있는지, 어색한 표현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인지 쉽게 알려준다.

이 책을 서점에서 두어 번 읽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다시 읽었다. 읽을 때마다 알게 됐다. 내가 지금껏 써온 글이 문장이 아주 이상했다는 걸. 여전히 내 글이 형편없다는 걸. 그래도 몇 번을 읽다 보니 선명하게 기억에 남은 글이 있다. 

적의를 보이는 것들을 멀리하라 

 

'적', '의', '보이는', '것', '들'을 문장에서 덜어내도 문장이 훨씬 보기 편하다는 내용이다. 그 문장을 외웠다. 글을 쓸 때마다 '적의를 보이는 것들'이 머릿속에 저절로 떠올랐다. 그 단어를 쓰지 않으려고 해도 달리 쓸 단어가 없었다. 깊은 정이 떼내기 어렵다.    

아무튼, 내 문장은 과거에도 현재도 앞으로도 이상할 테지만 20년 이상 글을 쓰련다. 최소한 피해야 할 표현만이라도 피하면서. 

ps.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재미. 글 중간중간에 어떤 이와 주고 받은 메일을 수록했다. 메일 내용이 기승전결을 갖춘 단편 소설 같다. 편지 몇 통을 훔쳐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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