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선은 교정, 교열 분야에서 20년 이상 일했다. 실력과 시간이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저자가 그 긴 세월 동안 봐 온 글자 수를 생각해 보면, 이 책은 제 무게 값을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시중에 많은 글쓰기 책이 유통된다. 주로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 준다.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식이다. 김정선이 쓴 책은 그런 방법론을 알려주지 않는다. 되려 글을 쓸 때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 덧셈이 아니라 뺄셈을 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어떻게 하면 장황하지 않고 간결하게 글을 쓸 수 있는지, 어색한 표현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인지 쉽게 알려준다.
이 책을 서점에서 두어 번 읽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다시 읽었다. 읽을 때마다 알게 됐다. 내가 지금껏 써온 글이 문장이 아주 이상했다는 걸. 여전히 내 글이 형편없다는 걸. 그래도 몇 번을 읽다 보니 선명하게 기억에 남은 글이 있다.
적의를 보이는 것들을 멀리하라
'적', '의', '보이는', '것', '들'을 문장에서 덜어내도 문장이 훨씬 보기 편하다는 내용이다. 그 문장을 외웠다. 글을 쓸 때마다 '적의를 보이는 것들'이 머릿속에 저절로 떠올랐다. 그 단어를 쓰지 않으려고 해도 달리 쓸 단어가 없었다. 깊은 정이 떼내기 어렵다.
아무튼, 내 문장은 과거에도 현재도 앞으로도 이상할 테지만 20년 이상 글을 쓰련다. 최소한 피해야 할 표현만이라도 피하면서.
ps.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재미. 글 중간중간에 어떤 이와 주고 받은 메일을 수록했다. 메일 내용이 기승전결을 갖춘 단편 소설 같다. 편지 몇 통을 훔쳐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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