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在中)은 올해 나이 마흔이 되었다. 40년 세월 동안 눈으로 본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비록 지금부터 시작하여 여든 살 노인에 이른다 해도 예전에 본 것과 다르지 않을 터, 뒷날의 재중이 지금의 재중과 다르지 않을 것임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재중은 외부를 보는 눈에 장애가 있어 사물을 보는 데 장애를 받고, 오로지 내부를 보는 능력만을 얻었으므로 더욱 밝게 이치를 터득할 것이다. 그러므로 뒷날의 재중은 오늘날의 재중과는 분명 같지 않을 것이다.
『조선의 명문장가들』(휴머니스트) 中
조선 후기 문인 이용휴가 쓴 글 일부다. 나이와 식견, 나이와 연륜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말을 줄이자. 말이 화근이다. 생각을 하자. 생각은 자가발전을 하지 않으니 여러 사람의 생각을 듣자. 책이든 방송이든 만남이든. 생각을 정리해서 기록하자. 기록물을 곱씹어 보자. 이런 과정을 반복하자. 적당히 즐겁게 하자. 마흔의 내가 여든의 나와 다르지 않다고 해서 그게 뭐 꼭 흠은 아니니까 쉬엄쉬엄. 역시 그래도 나이를 잘 들고 싶기는 하다. 마흔은 불혹이랬는데 오늘도 횡설수설이다. 쉰이 되어도 나는 흔들바위 아니겠나.
'어쩌다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전면허 적성검사 (0) | 2022.11.23 |
---|---|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말하는 인생 (0) | 2022.10.28 |
예술가가 못 된 이유 (0) | 2022.10.12 |
서점에서 (0) | 2022.10.07 |
미용실에서 (0) | 2022.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