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공단에서 문자를 받았다. 올해가 운전면허 적성검사 기간이란다. 특별히 어렵거나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지도 않은데 가기 싫어서 열 달이 흘러가는 걸 바라만 보았다. 더 미루다가 까먹을지도 몰라서 면허시험장에 다녀왔다.
연말이라서 그런지 시험장이 더 붐비는 듯했다. 접수 전 신체검사부터 했다. 세월이 가도 면허시험장 신체검사장은 별로 변한 게 없다. 예전에는 앉았다 일어나 보라거나 몇 가지 검사를 더 받았던 듯한데, 이제는 시력 검사만 한다. 다른 검사는 각자가 검사지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시력 검사도 색맹이라든가 다른 검사 없이 시력만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심지어 검사를 하기도 전에 신체검사비부터 납부했다. 그러니까 눈만 멀쩡하면 누구나 쉽게 면허증을 갱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태풍을 몰고 온다.
다음 적성검사는 십 년 뒤다. 십 년 뒤에 면허시험장에 간 내 모습을 아주 잠깐 상상해 보았다. 주름이 더 늘었고, 노안은 더 심해졌으며, 머리숱은 더욱 위태로울 것이고, 무엇보다 아동은 성인이 되어 있겠다.
인생 참,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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